1. 더글로리 여성복수 서사 인가?
‘더 글로리’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여성의 분노와 서사를 정면으로 마주한 이 작품은, 왜 지금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가? "피해자는 왜 끝까지 조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맞선 한국 드라마가 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다. 이 작품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폭력의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분노하고, 그 분노를 계획과 선택으로 실현해 가는 과정을 통해, 한국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여성 중심 복수 서사를 완성해 낸다.
2. ‘좋은 피해자’ 서사에서 벗어난 여성 캐릭터
그동안 드라마에서 여성 피해자는 대개 조용히 고통을 견디고, 사회적 명분 속에서 ‘용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더 글로리》의 문동은은 달랐다. 그녀는 용서하지 않았고. 오히려 계획하고, 증거를 수집하며, 가해자들 사이를 교란시킨다. 문동은은 피해자이자 설계자다. 더 이상 울기만 하는 여성이 아니다. 고통을 증명해야만 하는 존재도 아니다. 그녀는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되찾기 위해 ‘복수’를 선택한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묻는다. “왜 여성은 분노해서는 안 되는가?”
3 ‘분노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서사
사회는 종종 피해자의 분노보다 가해자의 삶을 걱정한다. “이쯤이면 됐잖아”라는 말은 피해자가 감정을 정리하길 강요하는 한편, 가해자에게는 다시 사회로 돌아올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문동은은 끝까지 분노의 감정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분노는 감정의 폭발이 아닌, 차분하고 전략적인 응전으로 드러난다. 가해자들의 삶이 하나둘씩 무너질수록, 시청자는 쾌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느낀다. 왜일까? 아마도 우리는 그동안 여성의 분노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 분노가 논리적이고 체계적일수록 사회는 더욱 당황한다.
4. 드라마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더 글로리》는 단지 통쾌한 복수극에 머물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 나는 지금까지 ‘좋은 피해자’와 ‘나쁜 피해자’를 어떻게 나눠왔는가?
- 여성은 언제까지 참아야 하고, 어디까지 복수할 수 있는가?
- 복수는 정의인가, 또 다른 폭력인가?
이러한 질문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특히, 현실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문동은의 선택은 ‘픽션’이 아니라 ‘대안’처럼 다가온다.
5. 이후 여성 복수극의 방향을 바꾼 작품
《더 글로리》 이후,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는 더 이상 ‘약한 존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마스크걸》의 김모미, 《마이 네임》의 윤지우 등 고통과 분노를 감정이 아닌 ‘주체적 선택’으로 풀어가는 여성 캐릭터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더 글로리》는 그 흐름의 분기점이자, 여성 캐릭터가 단지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는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6. 당신은 문동은의 복수를 지지할 수 있는가?
드라마는 끝났지만, 질문은 남는다. 문동은의 복수는 과연 정당한가? 그 복수에 고통받는 가해자들의 삶은 우리가 고려해야 할 대상인가? 그리고 더 근본적인 질문. 만약 나였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7. 마무리
《더 글로리》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흥행작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피해자, 그리고 여성에게 돌려주었다는 점에 있다. 이제는 묻고, 말하고,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분노는 죄가 아니다.” 그 말 한마디가, 《더 글로리》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마스크걸》과 《마이 네임》 속, 몸을 던진 여성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욕망과 폭력, 성찰의 경계에 선 그녀들의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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